검은색 교복에 하얀 손수건을 왼쪽 가슴에 달고 입학 하던 날! 전에는 동네에서 몇 몇 동무들과 놀던 병아리가 학교 운동장에 모여든 제법 많은 또래의 동무들을 만나게 되니 신기하기만 했던 날이었다.
우리는 육이오둥이들이고 동난 후 전후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던 관계로, 입학 후 초기에는 책걸상 없이 교실 바닥에 앉아 공부를 해야만 했었다. 형편에 따라 깔고 앉을 방석을 준비하면 그나마 다행이었고, 작은 책상을 갖추면 금상첨화였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얼마되지 않아 책걸상은 갖춰지게 되었다. 우리반에 나이가 4~5살 많은 키가 큰 누님같은 여학생이 있었는데 이름이 김점례였던가? 그 녀는 얼마 다니다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에게 초등학교는 최초의 교육기관이었고 거기서 우리는 사회생활에 기초가 되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혔다. 국어, 산수, 사회, 자연, 도의, 음악, 미술 등의 과목이 있었다. 그리고 한 학기만 쓰면 되었던 그 책들을 대부분 달력 등을 뜯어서 껍데기로 다시 싸서 사용하는 알뜰함을 생활화 하기도 했다. 그래서 몇 차례씩 물려받아서 써도 새 책과 별 다름이 없었고 실제로 그런 경우는 흔한 일이었다. 교과서 외에 전과라고 하는 두툼한 책을 추가로 구입하여 쓰기도 했는데 그것이 유일한 참고서 역할을 담당했다. 성적표는 학기별로 과목별 수,우, 미, 양, 가 등급이 사용되었고, 중간고사 등에서 90점 이상 되면 우등상장을 수여 받았으며, 학년 말에는 우등상, 개근상 등을 수여 받았다. 특히 당시의 인성교육은 높은 수준이었다고 평가하고싶다. 선생님들의 엄격하고 열성적인 지도력과 순박한 어린이들의 긍정적인 수용자세와 더불어 어려운 가운데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인정어린 사회적 환경도 한 몫 했으리라. 교훈과 급훈에서도 착한 어린이, 튼튼한 어린이, 깨끗한 어린이 등이 강조된 것으로 기억된다.
대외 활동으로 고학년 때(5또는 6학년) 수학능력 경시대회차(반에서 1~2명) 조치원(교동 또는 원동국민학교)에 다녀온 기억이 있다. 또한 6학년 때 우리반에서 3명이 소년단(유년대)에 가입하여 제복을 입고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행사(충남지역 소년단연맹 발대식으로 기억됨)에 참석했었다.
여가 시간에 남자 아이들은 "진또리"라고 하여 나무기둥을 중심으로 기둥을 후에 접촉한 사람이 먼저 접촉한 사람을 쫒아가서 손으로 접촉하게 되면 접촉당한 사람은 죽은 것으로 간주되고 결국 많이 살아남은 편이 이기게 되는 놀이를 하거나, "점수따기 놀이"라 하여 양편에 각각 10,9,8 순으로 개인별 점수를 부여한 다음 개인 혹은 같은 편끼리 손을 잡거나 하여 작은 점수를 가진 쪽을 접촉시키면 상대의 점수를 추가로 획득하게 되는 등 상대와의 점수차로 승부를 가르는 놀이가 있었고, 작은 고무공을 활용한 축구 등을 하고 놀았다. 여학생들은 고무줄 놀이(긴 고무줄을 두명이 양쪽에서 각각 무릎높이로 잡고 노래를 부르면 다른 한명 또는 두세명이 노래에 맞추어 팔딱팔딱 뛰면서 발로 고무줄을 밟았다 떼거나 고무줄을 감았다 풀었다 하는 놀이)를 자주 하였는데, 짖궂은 남자 아이들이 살금살금 접근하여 면도칼로 고무줄을 끊어갖고 도망치면, 여자애들은 그를 잡으러 쫒아가기도 하고 그러지 말아달라고 달래보기도 하였으며 심지어는 울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운동회 날에는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복주머니를 기둥에 매달아놓고 오자미(콩이
5.16 군사혁명정부기간 중 전체 조회때 혁명공약을 낭독하였으며, 반공, 재건, 자주자립정신, 애국애족정신 등이 강조된 것으로 기억된다.
학교생활 외에 주변환경으로 근처에 극장이 하나 있었는데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영화제목을 선전하던 음성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지만 영화를 자주 보러가지는 못했다. 난생처음 본 것으로는 김승호, 황정순, 김지미 등이 출연했던 "아버지" 란 제목의 영화였다. 방과후나 쉬는 날에는 냇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기도 했고, 겨울에는 얼음이 언 곳에서 썰매를 탔는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너무 늦게까지 놀다보면 녹아가는 얼음물에 빠져서 양말과 옷이 젖어버리기 일쑤였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초등학교 시절은 호기심, 순진무구, 아기자기 등의 용어로 대변할 수 있으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싶은 은근한 끌림을 지속적으로 느끼게하는 향수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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