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호천 2008. 6. 17. 14:28
사랑은 눈속으로...(예이츠)
 
Wine comes in at a mouth and love comes in at an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sigh.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속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자라서 죽기전에 알아야 할것은 이것뿐.
술잔을 들어올리고서, 그대를 바라보며 한숨짓네.
 
 
사랑의 철학
 
Love's Philosophy


The fountains mingle with the river
And the rivers with the ocean,
The winds of Heaven mix for ever
With a sweet emotion;
Nothing in the world is single;
All things by a law divine,
In one anothers being mingle.
Why not I with thine?--

See the mountains kiss high Heaven,
And the waves clasp one another;
No sister-flower would be forgiven
If it disdained its brother;
And the sunlight clasps the earth,
And the moonbeams kiss the sea:
What are all this kissings worth
If thou kiss not me?

(Percy Bysshe Shelley)




사랑의 철학


시냇물은 강물과 하나 되고
강물은 바다와 하나 되며
하늘의 바람은 끊임없이
감미로운 정서와 뒤섞이네
세상에 어떤 것도 홀로인 것 없고
만물이 신성한 법칙에 따라
한 마음으로 만나 섞이기 마련인데
내가 왜 그대와 섞이지 못하랴

산들이 높은 하늘과 입맞추고
파도가 서로 껴안는 것을 보라
어느 누이꽃도 용서받지 못하리
만이 오빠꽃을 멸시한다면
햇빛이 대지를 얼싸안고
달빛은 바다와 입맞추네
무슨 소용 있으랴 이 모든 키쓰가
그대 내게 입맞추지 않으면

(퍼시 비쉬 셸리)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William Wordsworth)


초원의 빛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이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 주는 세월에서

(윌리엄 워즈워스)
 
 
섬과 묘지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배부르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짝 놔두었다

-이생진-
 
 
명월이 만공정이라!(임한경 스님)
 
毁吾吾何損하며 譽吾吾何益고
歸臥東山下하니 明月이 滿空庭이라

남이 나를 헐뜻는다고해서 나에게 손해될 것이 무엇이며,
남이 나를 칭찬한다고해서 내가 얻들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돌아와 동산아래 누우니 밝은 달이 뜰에 가득하도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나옹 스님)
 
청산은 나를두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두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초옥 외
 
이러하나 저러하나 이 초옥 편코 좋다
청풍은 오락가락 명월은 들락날락
이중에 병없은 이몸이 자락깨락 하리라
           -무명씨, 가곡원류-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중에 병없은 이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뫼한 길고길고 믈은 멀고멀고
어버이 그린 뜯은 많코많코 하고하고 
어듸서 외기러기난 울고울고 가나니
            -고산 윤선도-
 
 
四時(사시) 봄 여름 가을 겨울

도연명 陶淵明
365 ~ 427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 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이 시에서 춘수, 하운, 추월, 동령 등을
위와 같이 번역하는게 일반적입니다만,
제목의 뜻을 살려
이렇게 번역해 볼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봄에는 물이 못에 가득하고
여름엔 봉우리같은 기이한 구름 많지.
가을엔 달이 밝은 빛을 비추고
겨울엔 고개마루에 한그루 소나무 돋보여.
 
 
너는 한송이 꽃이어라(하이네)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참으로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너를 보고 있으면 서러움이
나의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언제나 하느님이 밝고 곱고 귀엽게
너를 지켜주시길
네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다.
 
 
雜詩 中(도연명)

人生無根체 인생무근체
飄如陌上塵 표여맥상진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此已非常身 차이비상신

落地爲兄弟 락지위형제
何必骨肉親 하필골육친

得歡當作樂 득환당작악
斗酒聚比隣 두주취비린

盛年不重來 성년불중래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 세월불대인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으니
들길에 날리는 먼지와 같은 거라.

흩어져 바람 따라 굴러다니니
이것이 이미 불변의 몸뚱아리 아니지.

태어나면 모두가 형제가 되는 것
어찌 꼭 한 핏줄 사이라야 하랴.

즐거울 땐 응당 풍류 즐겨야 하니
한 말 술로 이웃과 어울려 본다네.

한창 나이 다시 오는 거 아니고
하루에 두 새벽이 있기는 어려워.

늦기전에 면려해야 마땅한 거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유헌

눈이 내린다
무시할 수 없는 하이얀 결정의 조각들이
저 높은 어딘가에서 내린다
-잠시나마 세상은 조용해진다-
세상은 눈으로 하여 가려지고
그 더러운 존재의 흔적조차 덮여버린다
-잠시나마 세상은 깨끗해진다-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새 눈은 그쳐버리고
하나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때
혼자 남아 쓸쓸히 눈을 치우는 그대 모습은
어느 나라의 아버지인가.
-잠시나마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음날 출근하는 이들의 바퀴는
내리막길에서 힘없이 미끄러져 버리고
매정한 얼음이 되 버린 눈은
이에 까닥하지 않는다
-잠시나마 하늘을 저주해 본다-
어제 잠시 내린 눈으로
사람들은 잠시나마 기뻐하고 즐거워 하다가
힘들어하고 고독해한다
오후가 되자 해는 어김없이 비치고
눈은 어김없이 녹아 내리는데
아직도 녹지 않는 얼음 조각은
과연 어느 누구의 마음속에 잔존하는 것인가
너의 마음에는......
어제의 눈이 다 녹았는가?



눈 내리는 밤

이순영

눈 내리는 밤
창문을 열고 보니
하얀 눈의 여왕이
보슬보슬 내려오지요.

눈의 여왕은 창틀에 걸터 앉자
온 세상을 눈의 천국으로
만들어 놓고서,
서서히 몸을 감추지요.

눈 내리는 밤
창문을 열고 보면
눈의 여왕이 다시 나타나지.
온 세상을 눈의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봄소식 - 심규홍 -

난, 오늘 내린 빗속에서 봄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고목의 새싹에서
뚝배기 냉이국에서
여인의 치맛자락에서
곧 봄이 올 것입니다.

강풍한설을 맞으며
겨울을 이겨낸 저 나무들을
난 바라봅니다.

저들이 귀여운 새싹과 예쁜 꽃을
곧 피울 그 때에
자연의 신비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황홀한 떨림으로 가득 할 것입니다.







봄은 유혹의 계절이다
사랑에 빠지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 웅크려 왔던 눅눅한 마음이
맑게 개고 마는 계절이다

가슴을 덮고 있던 기억의 모피가
투명한 햇살 속에 녹아들어가고
안구를 가리우고 있던 외면의 거울이
자신의 칠을 하나씩 깎아가고

아장아장 다가오는 아가의 웃음이
먼지 쌓인 씨앗 하나를 훅 불어주어
그제서야
눈 하나를 틔울 수 있는 계절

봄은 유혹의 계절이다
여린 새싹 틔운 마음이
따뜻한 봄바람에 흔들려 버리는



봄(김영선)


봄이 되어
어느새 땅과 친해지듯
늘어진 버들가지
바람에 휘날리고

산과 들엔 분홍빛으로
생기가 느껴지는
그런 봄이 되었습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화려한 옷차림,
환한 웃음으로
밝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봄이 되었습니다.

이 봄이 지나면
무더운 여름이
쓸쓸한 가을이
추운 겨울이 오겠지요.
그럼 언젠가 다시 따스한
봄도 오겠지요.


(주요한 님의 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색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색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최남선 님의 혼자 앉아서)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듯 닫친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이병기 님의 비)

짐을 매어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 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代悲白頭翁 (대비백두옹) 백발을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하여

- 劉希夷 유희이 -

洛陽城東桃李花 낙양성동도리화 낙양성 동쪽 복숭아꽃 오얏꽃은
飛來飛去落誰家 비래비거낙수가 날아오고 날아가서 누구 집에 떨어지나
洛陽女兒惜顔色 낙양여아석안색 낙양의 아가씨는 얼굴빛을 아끼고
行逢落花長歎息 행봉낙화장탄식 우두커니 지는 꽃에 길게 한숨 진다
今年花落顔色改 금년화락안색개 올해도 꽃이 지면 얼굴빛이 변하리니
明年花開復誰在 명년화개복수재 내년에 꽃 필 때에 누가 다시 있으리
已見松柏최爲薪 이견송백최위신 솔·잣도 꺾어져 장작 됨을 보았고
更聞桑田變成海 경문상전변성해 뽕밭이 변하여 바다 됨을 들었네
古人無復洛城東 고인무복낙성동 옛 사람은 성 동쪽에 다시 없는데
今人還對落花風 금인환대낙화풍 지금 사람 꽃보라 속에 다시 서 있네
年年歲歲花相似 연년세세화상사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지만
歲歲年年人不同 세세년년인부동 해마다 사람 얼굴 같지 않구나
寄言全盛紅顔子 기언전성홍안자 들어라 한창 나이 젊은이들아
應憐半死白頭翁 응연반사백두옹 얼마 못 살 늙은이를 가엾어하라
此翁白頭眞可憐 차옹백두진가연 노인의 흰머리가 가련 하지만
伊昔紅顔美少年 이석홍안미소년 그도 지난날엔 홍안의 미소년
公子王孫芳樹下 공자왕손방수하 귀한 이들 더불어 꽃나무 아래 놀고
淸歌妙舞落花前 청가묘무낙화전 맑은 노래 멋진 춤을 꽃보라 속에 즐겼지
光祿池臺開錦繡 광록지대개금수 호사로운 자리에서 잔치도 벌였고
將軍樓閣畵神仙 장군누각화신선 화려한 저택에서 호강도 하였네
一朝臥炳無相識 일조와병무상식 하루 아침 병 들으니 찾아오는 사람 없고
三春行樂在誰邊 삼춘행락재수변 봄날을 즐김은 누구에게 가버렸나
宛轉娥眉能幾時 완전아미능기시 고운 눈썹 아가씨야 언제까지 고우려나
須臾鶴髮亂如絲 수유학발난여사 머지않아 흰머리가 실처럼 얽히리니
但看古來歌舞地 단간고래가무지 예전부터 노래 춤이 끊임 없던 이곳에도
惟有黃昏鳥雀悲 유유황혼조작비 이젠 황혼 속에 새들만 슬피 우네


나그네의 밤노래

하늘에서 온 그대
모든 고뇌와 고통을 달래주며
갖가지로 비참한 자
그만큼 더 큰 위안으로 채워준다.
아, 내 분망함에 지쳐 있나니
고통이나 쾌락 이 모두 무엇이란 말인가?
감미로운 평화여
오라, 아 내 품으로 오라!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단 한번 그대 얼굴 보기만 해도,
단 한번 그대 눈동자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온갖 괴로움 벗어날 뿐,
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하느님이 알 뿐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들장미

한 아이가 보았네
들이 핀 장미
그리도 싱그럽고 아름다워서
가까이 보려고 재빨리 달려 가,
기쁨에 취하여 바라보았네.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아파치족의 결혼 축시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장마(이연분)


하늘이 세상을 지우고 있다
거대한 지우개로 지우고 있다
세상 속의 나도 빨려 들어가
한 뼘씩 한 뼘씩 지워지고 있다

오른쪽 갈비뼈 가운데에서
지렁이처럼 꿈틀대는 욕망이 지워지고
왼쪽 옆구리 허리춤에서
구멍난 듯 새어 나오는 슬픔이 지워진다

지우고 지우고 다시 또 지워
스펀지처럼 가벼워진 나의 육신,
그 가벼운 어깨 죽지에
간지럼타듯 웃음이 찾아들고
비워 낸 뼈 속마다 기쁨이 채워질 때

장마 걷히듯 햇살 돋아나
세상은 또다시 눈부시게 아름답고
나는 돌 지난 아이처럼 아장거리며
맑은 꿈 하나 키우고 있겠지



장마(안희선)

쓸쓸한 빗방울에 취하는 하루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암호를 닮아간다.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긴긴 여름날의 습기찬 풍경...
곰팡내 가득한 이 퀴퀴한 침묵은 그 어떤 권속인가.

숨막히는 방 안에서 조금 열린 가슴 사이로
이따금 호흡하는 절망같은 희망.

그것이 간혹 고함치며 달려드는 내 몫의 시간에
어김없이 일어서는 음습한 벽.

수많은 방이 내 안에 생기고
방마다 가득 널리는 습윤한 갈망.

이젠,
열린 하늘 맑은 햇빛에 남김없이 말리고 싶다.



장마(임영준)

이것 저것 모두 다
뒤죽 박죽인데
어김없이 찾아왔구나
어느새 우리가
허튼 소리에 익숙해
둔감한 껍질만 남았던가
지리한 공방(攻防)사이를
어슬픈 광대들은 헤매고
헐벗은 여름을 난타하는
울분(鬱憤)의 빗줄기들은
흩어진 민심을
잠시라도 엮으려
연일 패거리지어 다닌다



소년은 말했네. "너를 꺾을 테야
들장미야!"
장미는 말했네. "너를 찌를테야
끝내 잊지 못하도록.
꺾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짖궂은 아이는 꺾고 말았네
들에 핀 장미
장미는 힘을 다해 찔렀지만
비명도 장미를 돕지 못하니,
장미는 그저 꺾일 수 밖에.
장미, 장미, 빨간 장미


여름의 시
 
여름 단상 / 유현숙

끈적한 땀에
목덜미가 따가워 온다
타는 태양이 낮은 지붕까지 마실 와서
풀먹인 삼베 홑이불을 말려주고 있다
하루종일 품 판
땀내 나는 몸을 헹구고
삼베자락 깔고 지친 몸을 뉘이면
여름밤은
까실한 향수로 먼 기억을 오른다

뜨락 가득 뙤약은 따각대고
화단가를 산책 나온 장닭도 조는 한 낮
대청마루엔
퉁실한 젖가슴 출렁이며
풀 먹인 삼베이불 다리시던 어머니

-아이고 더버라
-우째 이리 덥노
다리미안 뻘건 숯불처럼
왁자한
여름 이야기



여름 편지 / 微笑김숙곤

여름이 무르익었어요
장마가 걷히니
하늘이 한결 가까이 느껴져요
그대가 없는 하늘은
쓸쓸하지만
저 먼 곳에서 함께
바라 보리라 믿고 있어요

언제나 어김없이
바른 곳을 향해
걸으시는 그 걸음을
저는 사랑합니다

하늘의 꽃밭을 향해
부삽을 드신 그 손과 함께
작은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
마음 뿐이라
꽃씨를 심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어디서나
사랑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주변을 밝게 꾸며 주시길
소원하면서
여름 향기가 솔솔 나는
초록 에너지를 보내드립니다.



여름 / 양현근

그대 깊은 잠속을 헤매일 때
제가 부르던 노래소리 들렸는지요

오늘은 아침부터 까치소리가
삼태기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늘을 버티고 선 느티나무
꼭대기에서는 그대에게
부쳐질 전언들이 마구 나부끼고 있습니다

세상 소식들 무장무장 넓어지고
어제 저녁, 그대가 무심코 부려둔 소식들이
안마당 가득합니다

온 세상이
매미 울음 앓으며
진초록을 헹구고 있습니다

깊어질수록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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