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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詩心!

호천 2005. 3. 13. 15:52


시조강의/시심(서관호)

                                                                  

시심이란? 시인의 마음, 시를 쓰는 마음,
사물에서 발견한 시상 등을 죄 일러 시심이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대체 어디에서 올까요?
그것이 오는 곳만 안다면 가만히 길목을 노리기만하면 되니까
시인되기가 얼마나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어디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기가 가진 것이니까 더욱 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과연 그럴까요?

그렇지는 않지요.
우리들의 가슴속은 한 뙈기의 작은 밭이랍니다.
밭이란 것은 언제나 흙과 거름과 물기와 온도와 햇빛이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지는가에 따라서 기름지기도 하고,
척박하기도 해서 씨앗이 잘 자라기도 하고, 잡초만 무성하기도 하며,
아예 아무 것도 발붙이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거든요.

또한 아무리 기름진 밭이라 해도
그 밭에 알맞은 씨앗이 알맞은 시기에 뿌려지고,
그 식물의 성질을 잘 아는 사람에 의하여 돌보아질 때
비로소 그 씨앗은 될성부른 떡잎으로 돋아나서 무성한 본 잎을 피우고는
개성 있는 식물의 이름으로 자라나게 된다는 것은 농사를 지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풍부한 시심,
그것은 기름진 가슴속에서 길러지는 식물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입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밭에 주어야 할 거름과 물과 온도와 햇빛을
무엇으로 대신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까이하고, 아끼고,
사랑하며, 대화하고, 배려하며, 봉사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사물이 나의 가슴 속에 깃들고자 할 때
비로소 그것은 어떠한 모양이나 색깔이나 크기를 가지면서
우리의 마음을 물들이고, 움직이고, 표현하게 하는데
이것을 우리는 시심이라고 한답니다.

이 시심이 풍부해야 좋은 시를 쓸 수가 있습니다.
나의 시심이 나의 눈동자를 적시지 못하고서는
독자의 눈을 절대로 적실 수는 없습니다.
나의 시심이 아름다운 꽃으로 향기 뿜지 않고서는
독자의 마음을 꽃답고 향기롭게 할 수는 더욱 없는 일입니다.
나의 가슴에 넘쳐나는 사랑이 있고서야
남의 가슴을 적실 수 있는 물이 흘러갈 수 있습니다.

나는 딱 잘라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땅의 시인은 그 누구도 살인자가 아닙니다.
이 땅의 시인은 그 누구도 부자가 아닙니다.
이 땅의 시인은 그 누구도 독자에게 해로운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우주 끝 어느 곳에 기릴만한 것이 있다 해도,
과학자의 손끝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해도,
그곳엔 반드시 시인의 마음이 다가가 있을 것입니다.
시인은 숨겨진 사랑을 발견하고, 버림받은 사랑을 위로할 줄 아는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인의 마음이 곧 시심입니다.
시를 쓰거나 말거나 간에 닮아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런지요?

  




출처 : 끼있는 한량들
글쓴이 : 河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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