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까마귀!

호천 2010. 7. 9. 22:16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들이 너의 흰빛을 시샘하나니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정몽주 어머니 - 남훈태평가)

 

이 시조는 포은 정몽주가 이성계를 문병 가던 날,

팔순이 가까운 그의 노모가 간밤의 꿈이 흉하니 가지 말라고

문 밖까지 따라 나와 아들을 말리면서 부른 노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몽주는 결국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선죽교에서 이방원이 보낸 자객 조영규에게 피살되고 말았습니다.

정몽주의 노모가 타계한 후 선죽교 옆에 그 노모의 비석을 세웠는데,

기이하게도 그 비석은 언제나 물기에 젖어 있었다고 합니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다한들 속 조차 검을손가
겉 희고 속 검은 건 너 뿐인가 하노라

<병와가곡집>

(이 직)

 

 

까마귀가 빛깔이 검다고 백로야 비웃지 말아라.

겉이 검다고 한들 속까지 검겠느냐 ?

아마도 겉이 희면서 속(마음 속)이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고려가 망하자 고려 유신들은 절의를 지키며 초야에 묻혀

망국의 한과, 새 왕조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

이에 새 왕조에 가담한 이들은 자기 합리화와 정당성을 작품으로 나타내었다.  

작자는 고려 유신의 한 사람으로 새 조선조의 개국 공신으로 벼슬을 하였다.

두 왕조를 섬긴 자신을 '가마귀'에 비유한 것은

"충신은 불사이군"이라는 정신에 입각하여 자신의 처신이 바른 것만은 아님을 밝히고자 했고,

속마저 검은 것은 아니라고 함으로써 자신의 양심은 부끄럽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다.

 

 

<청구, 해동, 가곡원류>

(뱍팽년)   

 

 

  • 본 바탕이 검은 까마귀가 희 눈비를 맞아 겉이 잠깐 하얗게 보이는 듯 하지만 다시 검어지는구나.
  • 야광구슬과 명월구슬(밤에도 빛을 내는 보옥)이 밤이라고 해서 어둡게 변하겠는가
  • 임에게로 향한 한 조각 붉은 충정이야 변할 리가 있겠는가?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은,

    단종을 보필하라는 세종의 유훈을 받들어 세조에게 저항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람이다.

    작자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단종의 복위에 뜻을 두고 힘을 썼지만,

    같은 동지(김 질)의 배신으로 투옥되었고,

    작자의 마음을 떠보는 세조에게 답하기 위해 지어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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