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시(6)!
가. 대나무 시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팔기는 세월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 竹詩 ]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나. 가난이 유죄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가난뱅이도 부자 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難貧]
地上有仙仙見富 人間無罪罪有貧 지상유선선견부 인간무죄죄유빈
莫道貧富別有種 貧者還富富還貧 막도빈부별유종 빈자환부부환빈
다. 시시비비
이 해 저 해 해가 가고 끝없이 가네.
이 날 저 날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와서 왔다가는 또 가니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이 가운데 이뤄지네.
[是是非非詩]
年年年去無窮去 日日日來不盡來 년년년거무궁거 일일일래부진래
年去月來來又去 天時人事此中催 년거월래래우거 천시인사차중최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시시비비비시시 시비비시비비시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시비비시시비비 시시비비시시비
라. 젖 빠는 노래
어느 선비의 집에 갔는데 그가 "우리 집 며느리가 유종(乳腫)으로 젖을 앓기 때문에 젖을 좀 빨아 주어야 하겠소"라고 했다.
김 삿갓이 망할 놈의 양반이 예의도 잘 지킨다고 분개하면서 이 시를 지었다.
시아비는 그 위를 빨고
며느리는 그 아래를 빠네.
위와 아래가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둘을 빨고
며느리는 그 하나를 빠네.
하나와 둘은 가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며느리는 그 신 곳을 빠네.
달고 신 것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嚥乳]
父嚥其上 婦嚥其下 부연기상 부연기하
上下不同 其味卽同 상하부동 기미즉동
父嚥其二 婦嚥其一 부연기이 부연기일
一二不同 其味卽同 일이부동 기미즉동
父嚥其甘 婦嚥其酸 부연기감 부연기산
甘酸不同 其味卽同 감산부동 기미즉동
마. 서당 욕설시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 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소리 나는 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辱說某書堂]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바. 기생과 함께 짓다
*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妓生合作 기생합작
金笠. 平壤妓生何所能 김립. 평양기생하소능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기생.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김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기생. 월야삼경호부능
사. 김삿갓의 해학
- 김삿갓이 어느 곳을 여행하다가 해가 저물어 어느 마을을 찾았다. 마침 선비가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지라 주인을 찾아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하여 승락을 얻었다.
그 선비는 과거를 열 번도 더 치고도 낙방을 하면서도 공부 함네 하고 놀고 먹는 나이가 많은 건달 서생이었는데 과거를 급제할 수 있는 묘방을 가르쳐 달라고 청탁을 받았다.
김삿갓이 보기에 그 선비는 아무리 해도 과거에 급제하기는 틀린 사람인지라 은근히 장난기가 동하여 묘방을 적어 줄 터이니 내가 집을 떠난후 하룻 쯤 지나거던 개봉해보라고 하면서 그 집을 떠났다.
그 내용은 自知晩知 補知早知(스스로 깨우쳐 알려면 늦게 깨우치고, 도움을 받아 깨우치면 일찍 깨우치느니라.) 였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빨리 좋은 스승 찾아가 가르침을 받으라' 고 한 말 같은데.... 이 건달 서생은 본 뜻의 가르침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 나는대로 편리한 口訣을 붙여 이웃집까지 들리도록 외쳐댔는데.....
참고로 건달서생이 붙인 口訣은 '자지면 만지고, 보지면 조지라' 였다고 한다. (참고 해설: 自知면 晩知고, 補知면 早知라)
이정도 실력니 과거 시험공부는 안하고 맨날 여자 거시기만 쫓아다녔다는 것이다.
아. 김삿갓 해학
- 유식한 척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녀를 5男6女씩 두고 참 다복 하십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는 모든 게 집의 안사람 덕분이라고 한다는 것이 본래 유식한 척하는 버릇이 나와, 문자를 써서 이렇게 말했다. '내 자지 덕(內子之德) 입니다.'
엑기 이 못난것 그러고 어찌 과거에 급제 하기를 바래나 못난것이로고... 이보시오 거기 떨어진 배꼽 찾아가시오